10월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 조기 진단과 예방이 핵심

[Hinews 하이뉴스]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가 지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은 국내 사망 원인 중 네 번째를 차지할 만큼 흔하고 위험한 질환이다.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병이다. 국내 기준으로 성인 60명 중 1명은 뇌졸중을 경험하고 있으며, 해마다 약 1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발병률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75세 이상 환자의 수는 그 이하 연령층보다 두 배가량 많다. 환자 중 남성이 더 많은 것도 특징인데, 이는 흡연과 같은 생활 습관 차이 외에도 여성호르몬이 뇌졸중 발생에 보호 작용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또 다른 하나는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다. 국내에서는 뇌경색이 뇌출혈보다 약 3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은 한 가지가 아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뇌경색은 동맥경화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부정맥 등으로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뇌혈관으로 이동해 막히면서 발생한다. 뇌출혈의 경우, 혈관벽이 약해진 뇌동맥류가 터지면서 생기는 지주막하 출혈, 고혈압으로 인해 뇌 속 작은 혈관이 파열되는 고혈압성 출혈 등이 주요 원인이다.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이나 치주 질환도 뇌졸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뇌졸중은 1분이 생사를 가르는 응급질환으로, 조기 인지와 즉각적인 대응, 그리고 꾸준한 예방 관리가 생명을 지킨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뇌졸중은 1분이 생사를 가르는 응급질환으로, 조기 인지와 즉각적인 대응, 그리고 꾸준한 예방 관리가 생명을 지킨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이상 신호가 온다면 시간과의 싸움


뇌졸중은 빠르게 발생하는 만큼, 대응도 즉각적이어야 한다. 얼굴이나 팔다리 한쪽이 마비되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이 가장 흔하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갑작스러운 시야 흐림,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극심한 두통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면, 스스로 움직이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뇌세포가 손상되고, 회복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뇌졸중 환자의 치료 성패는 ‘얼마나 빨리 병원에 도착했느냐’에 달려 있다. 뇌혈관이 막힌 순간부터 뇌세포는 급속히 파괴되기 시작하며, 1분당 약 200만 개의 뇌세포가 손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건주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증상이 시작됐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라며 "뇌졸중의 치료는 시간과 직결돼 있으며, 병원에 빨리 도착할수록 치료 방법이 다양해지고 손상된 뇌세포를 더 많이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는 뇌경색과 뇌출혈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뇌경색은 정맥주사를 통해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술이나, 큰 혈관이 막힌 경우에는 혈관 내로 기구를 넣어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이 시행된다. 뇌출혈의 경우, 뇌동맥류 파열 시에는 터진 혈관을 막는 시술이나 개두 수술이 이뤄지며, 뇌 깊숙한 곳에서 출혈이 발생했을 때는 두개골을 열거나 구멍을 내 출혈을 제거하고 지혈하는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회복과 예방, 결국 생활 습관에 달렸다

급성기 치료를 마친 후에도 뇌졸중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재활과 재발 방지가 이어져야 한다. 뇌경색은 한 번 발병한 뒤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다. 첫 해에 약 5%, 이후에는 매년 1% 정도의 재발률을 보인다.

초기 회복에 가장 중요한 시기는 첫 3~6개월이다. 이 시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재활 치료를 받았는지가 회복의 방향을 좌우한다. 많은 환자들이 팔다리 강직이나 운동 장애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지만, 꾸준한 치료를 통해 상당 부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이건주 교수는 뇌졸중 이후 회복은 대부분 처음 몇 개월 안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며,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재활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회복은 가능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인 재활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방 역시 간단하지 않지만 명확하다. 뇌졸중은 생활 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흡연은 뇌졸중 위험을 2배 이상 높이는 주요 인자로 꼽히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음주는 자제하는 것이 좋고, 운동은 주 3~5회,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건주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이건주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식생활 관리도 필요하다. 짠 음식 위주로 구성된 식단은 뇌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이 교수는 "한국인의 식문화 특성상 국물 섭취를 줄이고, 기름기 많은 음식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지양하는 것이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혈압을 잘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철저한 관리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알아차리고', '지체 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고민할 필요 없다. 바로 119를 부르고, 가까운 뇌졸중 치료 가능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생명과 후유증을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이 된다.

10월 29일, 단 하루지만 우리의 뇌 건강을 다시 돌아보기에 충분한 날이다. 지금부터라도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증상이 왔다면, 바로 움직여야 한다.

저작권자 © H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