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앞둔 ‘수능약·면접약’ 심장약 오남용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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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앞둔 ‘수능약·면접약’ 심장약 오남용 경고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0-30 09:00

[Hinews 하이뉴스] ‘수능약’이나 ‘면접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부 약물이 시험과 면접을 앞둔 수험생과 취준생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 약들은 긴장 완화, 떨림과 가슴 두근거림 억제 효과가 있다는 후기로 관심을 끌지만, 실제로는 심혈관 질환 치료제인 인데놀정(프로프라놀롤)이다.

인데놀정은 베타차단제 계열의 전문의약품으로, 고혈압, 부정맥, 협심증 등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국내 식약처와 미국 FDA는 다양한 심장 질환과 진전, 편두통 예방 등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수험생과 취준생 사이에서는 불안 완화 목적으로 임의 복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증상 없는 사람 복용 시 부작용 위험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0~19세 청소년에게 처방된 인데놀정은 약 170만 건으로, 2020년 대비 1.4배 증가했다.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처방이 용이하고, 법적 연령 제한이 없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증상이 없는 사람이 복용하면 부작용과 기저질환 악화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식약처 보고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인데놀 복용 후 어지럼증, 졸림, 두통, 저혈압 등의 이상 사례가 총 1,175건 보고됐다.

시험·면접용으로 잘못 쓰이는 심장약 인데놀정, 증상 없는 사람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 위험.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시험·면접용으로 잘못 쓰이는 심장약 인데놀정, 증상 없는 사람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 위험.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특히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에서는 호흡 발작을 유발할 수 있으며, 당뇨 환자는 저혈당 신호를 감지하지 못할 수 있다. 혈압이 낮거나 서맥 환자의 경우,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 증상 없는 사람이 임의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조은비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약제팀의 약사는 “증상이 없는 청소년이나 성인이 인데놀정을 긴장 완화용으로 복용하면, 단순한 불안 해소 이상의 건강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기저질환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복용하면 예기치 못한 심혈관 이상이나 호흡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물 의존보다 건강한 긴장 완화 필요

인데놀정을 한두 번 복용해 효과를 느끼면 반복 사용과 심리적 의존으로 이어지기 쉽다. 용량을 늘린다고 긴장이 더 줄어드는 것이 아니며, 잘못된 복용은 신체 리스크만 키운다.

조은비 약사는 “약물에 의존하기보다 긍정적 사고, 스트레스 관리, 명상 등 건강한 방법으로 긴장을 조절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안전하다. 약은 반드시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도한 긴장과 불안을 느낄 때, 단순히 ‘약에 의존하는 습관’보다는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하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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