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요즘처럼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큰 환절기에는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감기에 걸리기 쉽다. 낮에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체온 조절이 서툰 반려견이나 반려묘에게 환절기는 큰 부담이 된다. 보호자들은 종종 반려동물이 기침을 하거나 콧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단순한 계절성 감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폐렴이나 기관지염 같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일 가능성도 있다. 반려동물의 감기는 단순히 며칠 쉬면 낫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강아지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켄넬코프’라 불리는 기관지염이 있다. 켄넬코프는 여러 마리의 반려견이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환경에서 쉽게 퍼진다. 감염된 강아지는 마른 기침을 하거나 헛구역질을 하는 듯한 소리를 내고 콧물이나 재채기가 동반된다. 심한 경우에는 폐렴으로 진행돼 호흡이 가빠지거나 청색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상우 러브펫동물병원 원장
고양이 감기는 강아지와 조금 다르다. 주로 ‘허피스 바이러스’와 ‘칼리시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다. 두 바이러스 모두 콧물, 재채기, 결막염, 심한 눈곱 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심할 경우 입 안에 궤양이 생기거나 침을 많이 흘리기도 한다. 감염 후 바이러스가 신경 조직 내에 잠복하기 때문에 완치 후에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할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주된 요인에는 스트레스, 추위, 과로 등이 있다. 따라서 반려묘에게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환경 관리가 필요하다.
감기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기적인 예방접종이다. 반려견의 경우 종합백신 외에도 켄넬코프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며 기관지염과 호흡기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반려묘는 허피스, 칼리시, 범백 백신을 기본으로 접종해야 한다. 백신은 단순히 감기를 막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다른 감염병의 원인이 되거나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은 반려동물의 전반적인 면역 시스템을 유지하는 핵심이 된다.
환절기에는 환경 관리도 중요하다. 실내 온도는 20~23더, 습도는 40~6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너무 건조하면 점막이 약해져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하고, 너무 습하면 세균 번식이 활발해진다.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 습관도 필수적이다. 우선 균형 잡힌 식단이 기본이다.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사료를 급여하고, 간식이나 사람 음식은 줄이는 편이 좋다. 노령 반려동물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면역력 강화 보조제를 수의사와 상의 후 급여할 수 있다. 또한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면역 유지에 도움이 된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낯선 환경, 과도한 운동은 반려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해 면역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감기에 걸린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며칠 휴식한다고 낫지 않는다. 콧물, 기침, 식욕 저하, 무기력증이 2~3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증상이 가벼워 보여도 단순 감기와 폐렴, 기관지염, 심장 질환은 초기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청진과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고양이는 증상을 숨기는 습성이 있어 보호자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 치료와 함께 따뜻한 환경, 충분한 수분 섭취가 회복을 돕는다.
반려견과 반려묘가 건강하게 환절기를 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면역력 유지’이다. 반려동물은 스스로 감기를 예방할 수 없다. 보호자의 세심한 관리가 곧 가장 좋은 예방이자 치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