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역 군인들을 상대로 사실상 선거 유세에 가까운 발언을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둘러싼 미국 내 오랜 원칙을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역 군인들을 상대로 사실상 선거 유세에 가까운 발언을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둘러싼 미국 내 오랜 원칙을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비판이 나온다.(사진 = 연합뉴스 제공)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 포트 브래그를 찾아 장병들을 상대로 연설하며 “당신들은 우리(공화당)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군 기지 명칭 문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우리가 중간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민주당은 그 이름을 다시 떼어낼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 명칭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노예제 옹호 논란이 있는 장군과 동명이인의 이름을 따르는 방식으로 법적 논란을 피해 ‘포트 브래그’ 명칭을 유지했다.
이날 연설은 국방 현안 보고를 넘어 사실상 선거 메시지에 방점이 찍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도 국방비 증액 계획과 기지 주거 환경 개선 방안을 설명하는 한편, 경제·이민 정책 등 군사와 직접 관련 없는 공약도 언급했다.
무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해 온 마이클 와틀리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도 함께 올랐다. 현재 공직을 맡고 있지 않은 인물이지만,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앞둔 그를 공개 석상에 세우며 사실상 지원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행사 연출 역시 선거 유세를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곡으로 사용해 온 ‘God Bless the U.S.A.’에 맞춰 입장했고, 퇴장할 때는 단골 곡인 ‘YMCA’가 흘러나왔다. 다만 현장에 있던 장병들은 휴대전화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미 국방부는 현역 군인의 정당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군을 정치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미국의 오랜 전통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에도 군 장성들을 소집해 “나라가 안으로부터의 침략을 받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노골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냈다고 WP는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이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작전에 참여했던 군인들과 만나 약 두 시간가량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그들 중 한 명이 명예훈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 통수권자의 정치적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선거 개입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