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올레오칸탈이 전부?”…과열된 올리브오일 기능성 마케팅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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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올레오칸탈이 전부?”…과열된 올리브오일 기능성 마케팅의 실체

이상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2-13 10:24

[Hinews 하이뉴스] 국내 올리브오일 시장이 특정 성분인 ‘올레오칸탈’을 앞세운 기능성 마케팅 경쟁에 빠져들고 있다. 일부 수입·유통사는 제품 라벨과 온라인 광고에서 올레오칸탈 함량 수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올레오칸탈 수치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오일이라는 인식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제 품질 평가 기준과 유럽 주요 생산국의 관리 체계를 종합 분석한 결과, 단일 성분 중심의 국내 마케팅은 글로벌 기준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올리브오일 시장이 특정 성분인 ‘올레오칸탈’을 앞세운 기능성 마케팅 경쟁에 빠져들고 있다. 일부 수입·유통사는 제품 라벨과 온라인 광고에서 올레오칸탈 함량 수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 =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국내 올리브오일 시장이 특정 성분인 ‘올레오칸탈’을 앞세운 기능성 마케팅 경쟁에 빠져들고 있다. 일부 수입·유통사는 제품 라벨과 온라인 광고에서 올레오칸탈 함량 수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 =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숫자 경쟁’으로 변질된 시장

국내 온라인몰과 백화점 식품관에서는 ‘올레오칸탈 ○○mg/kg’, ‘최고 함량’ 등의 문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브랜드는 특정 시험 수치를 전면에 배치하며 고가 전략을 정당화하고 있다.

올레오칸탈은 폴리페놀 계열에 속하는 항산화 성분 중 하나로 항염 작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 넘김 시 느껴지는 매운 자극감의 주요 원인 성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수십 종에 이르는 페놀 화합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올리브오일에는 올레오칸탈 외에도 올레우로페인, 하이드록시티로솔, 티로솔 등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존재하며, 이들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품질과 안정성을 형성한다.

국내 식품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수치를 단순화해 특정 성분이 전부인 것처럼 전달하는 마케팅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중해 3국, 무엇을 보나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주요 생산국은 단일 성분 수치보다 종합적 품질 지표를 중시한다.

엑스트라버진 등급의 기본 조건은 자유산도 0.8% 이하이며, 이는 원료의 신선도와 가공 위생 상태를 반영한다. 여기에 과산화물가와 자외선 흡광도(K232, K270) 등을 통해 산패 진행 여부를 분석한다. 지방산 조성 역시 중요한 기준이다. 올레산 비율이 높고 리놀레산 비율이 안정적일수록 산화 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국제올리브협의회(IOC) 기준에 따른 관능 평가가 필수적으로 이뤄진다. 과일향, 쓴맛, 매운맛의 균형과 복합성, 결점 유무를 블라인드로 평가하며, 결점이 확인되면 엑스트라버진 등급을 받을 수 없다. 이탈리아의 한 생산자 협회 관계자는 “목을 강하게 자극하는 매운맛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최고 품질은 아니다”며 “향과 구조, 균형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3대 국제대회, ‘단일 성분’ 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NYIOOC(뉴욕), EVO IOOC(이탈리아), London IOOC(영국) 등 주요 국제대회도 화학적 분석과 관능 평가를 병행한다.

우선 자유산도, 과산화물가, 자외선 흡광도, 지방산 프로파일 등 기본 화학 기준을 충족해야 심사 대상이 된다. 이후 전문 패널이 블라인드로 관능 평가를 진행한다. 향의 선명도와 복합성, 쓴맛과 매운맛의 조화, 지속성, 결점 여부가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심사 체계 어디에도 특정 올레오칸탈 수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대회에서 총 폴리페놀 수치를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최종 수상 여부는 관능적 완성도에 의해 결정된다.

 일부 제품은 국제 공인 시험기관이 아닌 자체 분석 결과를 강조하거나, 총 폴리페놀과 올레오칸탈 개념을 혼용해 소비자 오인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 =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일부 제품은 국제 공인 시험기관이 아닌 자체 분석 결과를 강조하거나, 총 폴리페놀과 올레오칸탈 개념을 혼용해 소비자 오인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 =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한국 시장, 가짜 기준 마케팅 특히 심해”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단일 성분 중심의 기능성 마케팅이 특히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제품은 국제 공인 시험기관이 아닌 자체 분석 결과를 강조하거나, 총 폴리페놀과 올레오칸탈 개념을 혼용해 소비자 오인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수입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생산 이력과 수확 연도, 산도 관리 등을 더 중시한다”며 “한국에서는 특정 성분 수치를 앞세운 광고가 유독 강하다”고 말했다.

‘한 가지 숫자’의 함정

전문가들은 올리브오일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농산물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한다. 토양과 기후, 품종, 수확 시기, 압착 시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성분과 맛이 달라진다. 특정 수치 하나로 품질을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는 수확 연도 표기 여부, 자유산도와 과산화물가 공개 여부, 총 폴리페놀 수치, 국제 대회 수상 이력, 빛 차단 용기와 산소 유입을 최소화하는 마개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올레오칸탈은 분명 중요한 성분이지만, 그것이 올리브오일의 전부는 아니다. 국제 기준은 품질을 단일 숫자가 아닌 화학적 안정성과 관능적 완성도, 그리고 신선도의 종합 결과로 판단한다. 과열된 기능성 마케팅 속에서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 기준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상호 기자

leesh@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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