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 법률대리인이 제기한 이른바 ‘김희영 1000억원’ 발언을 둘러싼 법적 공방을 다시 이어간다.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발언을 한 노 관장 측 이모 변호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최 회장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하면서 1000억원이라는 금액이 어떤 금융거래를 근거로 산정됐는지, 그 과정에서 실제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와 무관한 자금까지 포함된 것은 아닌지를 다시 따져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발언을 한 노 관장 측 이모 변호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최 회장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하면서 1000억원이라는 금액이 어떤 금융거래를 근거로 산정됐는지, 그 과정에서 실제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와 무관한 자금까지 포함된 것은 아닌지를 다시 따져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최 회장 측이 이번 항고에서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1000억원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아니라,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과 그 돈이 특정인에게 귀속됐다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실제 자금의 흐름과 사용처를 기준으로 금액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202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 관장 측 이모 변호사는 서울가정법원에서 재산분할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최 회장으로부터 김 이사에게 건너간 금액이 1000억원에 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해당 내용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최 회장이 김 이사에게 1000억원을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이 발언이 재산분할 소송 과정에서 제출된 금융거래 자료를 실제 사용처와 다르게 해석한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금융자료에 나타난 여러 지출을 김 이사에게 직접 건너간 돈처럼 묶어 거액의 금액을 만들어낸 뒤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며 이 변호사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최 회장 측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은 이번 항고를 통해 검찰의 불기소 판단과 별개로 1000억원이라는 수치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계산됐는지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명예훼손 사건에서 발언의 허위성뿐 아니라 발언자가 해당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 여러 법적 요건을 따져야 하는 만큼 불기소 처분 자체가 1000억원이라는 금액이 실제 김 이사에게 지급된 사실을 확인한 결정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며, 오히려 항고 절차를 통해 각각의 금융거래가 누구를 위해 사용됐는지를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이 대표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거래가 약 204억원이 움직인 최 회장 개인 명의의 한 은행 계좌다. 최 회장 측 설명에 따르면 해당 계좌는 최 회장이 수감돼 있던 기간 노 관장을 위해 개설된 계좌였으며, 이 계좌에서는 모두 204억원가량의 금액이 인출됐지만 그 돈의 상당 부분은 노 관장의 생활비를 지원하거나 노 관장을 위해 사용됐고 가족카드 사용대금을 지급하는 등의 용도로 쓰였다.
세 자녀에게 지급된 금액도 포함돼 있다는 게 최 회장 측 설명인데, 최 회장 측이 주목하는 것은 이 같은 돈까지 김 이사 관련 지출액을 산정하는 과정에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 측 논리는 명확하다. 최 회장 명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금융거래 사실만으로 해당 돈의 최종 귀속처를 김 이사로 볼 수 없으며, 실제로 배우자인 노 관장의 생활비로 사용된 돈이라면 이를 김 이사에게 건너간 돈이라고 표현할 수 없고, 세 자녀에게 지급된 자금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결국 204억원이라는 계좌 전체의 출금액과 김 이사에게 실제로 지급된 금액 사이에는 반드시 구분이 필요하며, 이러한 구분 없이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을 광범위하게 합산할 경우 실제 자금 흐름과는 상당히 다른 규모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주장이다.
최 회장 측은 이 같은 계산 방식이 결국 ‘1000억원’이라는 거액의 숫자를 만들어낸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다. 특히 최 회장 측이 제시하는 관련 실제 지출액은 약 20여억원 수준으로, 1000억원이라는 금액과 비교하면 50배가 넘는 차이가 발생한다.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당시 재산분할 소송의 대리인으로서 금융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이 변호사가 실제 거래내역과 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실제 금액보다 훨씬 큰 수치를 제시해 여론을 움직이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공익 목적의 기부금과 재단 출연금까지 포함됐는지를 놓고도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어린이재단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티앤씨재단 등에 지급된 기부금 및 출연금 등이 1000억원을 산정하는 과정에 포함됐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해당 자금은 특정 개인에게 지급한 돈과 달리 각 단체의 목적에 따라 사용되는 공익자금인 만큼 이를 김 이사 개인에게 건너간 돈과 동일한 범주로 묶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같은 금융거래 자료를 놓고도 어떤 항목을 김 이사 관련 지출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최종 합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택이나 미술품 등 최 회장 명의의 자산을 둘러싼 부분도 최 회장 측이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이다. 최 회장 측은 일부 자산이 노 관장 측의 1000억원 산정 과정에 포함돼 김 이사에게 제공된 자산처럼 언급됐지만, 정작 재산분할 소송에서는 해당 자산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나의 자산을 재산분할 과정에서는 공동재산으로 보고 다른 맥락에서는 김 이사에게 넘어간 재산으로 평가한다면, 그 자산의 법적·경제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부터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입장이다.
관련 사건에서 나온 23억4000만원이라는 숫자 역시 최 회장 측이 이번 항고를 설명하면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지난 8월 서울북부지검은 최 회장이 김 이사를 위해 1000억원을 썼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유튜버 박모씨 사건의 항소심 과정에서 최 회장으로부터 김 이사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는 금액이 23억4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약 20여억원의 실제 관련 지출액과 비교적 가까운 수치라는 점에서, 최 회장 측은 이를 1000억원이라는 금액의 산정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로 들고 있다.
다만 이번 항고 절차에서 단순히 ‘20억원이 맞느냐 1000억원이 맞느냐’만을 놓고 결론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해당 발언이 객관적으로 허위인지 여부와 함께 발언 당시 발언자가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발언에 상당한 근거가 있었는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만큼 실제로는 1000억원이라는 수치를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산정했는지와 당시 변호사가 그 수치의 정확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는지 등이 함께 문제 될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 측이 이번 항고에서 금융거래 내역을 다시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시점과 금액만을 합산하는 방식으로는 그 돈이 실제 누구에게 지급됐는지, 누구를 위해 사용됐는지, 재단이나 공익단체에 출연된 돈인지, 가족에게 지급된 돈인지까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 거래의 성격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1000억원이라는 숫자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 회장 측은 ‘1000억원’이라는 숫자가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산되면서 실제 금융거래의 세부적인 성격보다 숫자 자체가 하나의 사실처럼 받아들여진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최 회장 측이 항고를 선택한 배경에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실제 김 이사 측에 귀속된 자금과 노 관장 및 세 자녀를 위해 사용된 자금, 공익 목적의 기부금이나 재단 출연금 등을 모두 합산해 하나의 숫자로 제시했다면 그 숫자를 ‘김 이사에게 건너간 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부터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항고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거액의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를 구성한 거래 내역이다. 최 회장 측은 1000억원을 구성한 각각의 자금이 실제 어디로 이동했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됐는지를 다시 확인해 달라는 입장이고, 특히 노 관장 본인이나 자녀들에게 지급된 돈까지 김 이사 관련 자금으로 산정됐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은 이미 상당 기간 이어지고 있지만, ‘1000억원’이라는 숫자를 둘러싼 공방은 별도의 법적 문제로 다시 이어지는 모습이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최 회장 측이 항고를 선택하면서 이제 관심은 1000억원이라는 표현이 어떤 금융거래를 근거로 만들어졌는지, 실제 김 이사 측에 귀속된 자금과 다른 성격의 돈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그리고 그 같은 산정 방식을 토대로 해당 발언을 한 것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이번 항고에서 다시 꺼내든 핵심 숫자는 1000억원이 아니라 약 20억원과 204억원, 그리고 23억4000만원이다. 204억원은 최 회장 측이 노 관장을 위해 개설된 계좌에서 빠져나간 전체 금액이라고 설명하는 수치이고, 20여억원은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실제 관련 지출 규모이며, 23억4000만원은 관련 사건에서 검찰이 최 회장으로부터 김 이사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금액으로 제시한 수치다. 세 숫자를 놓고 각각 어떤 거래가 포함됐고 어떤 돈이 제외됐는지를 따져보면, 1000억원이라는 숫자가 실제 자금의 최종 귀속을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도 자연스럽게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주장이다.
최 회장 측은 결국 이번 항고를 통해 ‘1000억원’이라는 표현의 진위뿐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 자체를 다시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산분할 소송에서 확보된 금융자료가 특정 개인에게 얼마가 건너갔는지를 판단하는 자료라면 단순한 출금액 합산이 아니라 실제 수취인과 사용 목적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간 이어진 양측의 법적 공방에서 ‘1000억원’이라는 숫자가 갖는 무게가 적지 않은 만큼, 향후 항고 절차에서 개별 금융거래의 성격과 산정 근거가 어느 수준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