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가족 계획의 완료를 이유로 과거 정관절제술을 받았던 남성들 가운데 다시 자녀를 희망하며 비뇨의학과를 찾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안정이나 양육 환경 개선에 따라 늦둥이 또는 추가 자녀를 계획하는 부부는 물론, 재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2세를 원하는 부부가 늘어난 영향이다. 피임을 목적으로 차단했던 정관을 다시 연결해 자연임신 능력을 회복시키는 정관복원수술은 이러한 상황에서 가임력을 회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정관수술은 고환에서 생성된 정자가 배출되는 이동 통로인 정관을 자르고 묶어 피임 효과를 얻는 방법이다. 반면 정관복원수술은 이렇게 단절되어 있던 양측 정관의 끝을 찾아 막힌 부위를 깨끗하게 절제한 뒤, 정자가 다시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이어 붙이는 수술이다. 단순히 과거로 되돌리는 간단한 시술로 생각하기 쉽지만, 비뇨의학 영역에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정밀한 술기가 요구되는 대표적인 미세재건수술로 분류된다.
정관의 외경은 약 2~3mm에 불과하며, 정자가 통과하는 중심부의 내강(안쪽 통로) 직경은 약 0.3~0.5mm 수준으로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매우 가늘다. 육안이나 일반 수술 확대경만으로는 미세한 내강을 정확히 일치시켜 봉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만약 연결 부위가 어긋나거나 내강이 좁아진 상태로 봉합되면 흉터 조직이 생겨 정관이 다시 막히거나 정액 누출로 인한 육아종이 발생해 수술이 실패로 돌아가기 쉽다.
정재현 서울리더스비뇨의학과 삼성본점 원장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활용되는 방법이 '고배율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다층 미세문합술'이다. 수술 부위를 약 10~20배 이상 확대하는 대학병원급 수술용 미세현미경을 활용하면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정관의 미세 혈관과 점막층, 근육층을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다.
미세문합술은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느다란 9-0 또는 10-0 규격의 특수 미세 봉합사를 사용해 진행된다. 가장 정교한 방식인 '다층 문합술'은 정관 안쪽의 점막층을 먼저 촘촘하게 연결한 뒤, 바깥쪽의 근육층과 외막을 다시 한 번 단단하게 봉합하는 2중 봉합 기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문합 부위의 정액 누출 위험을 줄이고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술 성공 여부와 자연임신 가능성을 결정짓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정관수술 후 경과된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정관수술을 받은 지 약 3~5년 이내에 복원수술을 시행할 경우 정관 개통률은 약 90~95%에 달하며, 자연임신 성공률 역시 약 60~70% 이상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차단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어지면 부고환의 내압 상승으로 인한 미세 파열이나 폐색이 동반될 수 있고, 항정자항체 형성 등으로 인해 개통률과 임신 성공률이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수술 중 정확한 판단과 유연한 대처도 중요하다. 의료진은 수술 중 정관을 절제한 직후 고환 쪽 정관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액을 즉시 현미경으로 채취해 정자의 유무와 질, 운동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채취된 액체에서 건강한 정자가 관찰되면 일반적인 '정관-정관 문합술'을 진행하지만, 정자가 전혀 보이지 않거나 짙은 치즈 형태의 분비물만 나와 부고환 하부의 폐색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정관-부고환 문합술'로 전환해야 한다.
정관-부고환 문합술은 더 가느다란 부고환의 미세 세관에 정관을 직접 연결하는 고난도 술기로, 미세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처럼 수술실 현장에서 즉각적인 상태 판독과 술기 전환이 가능해야 차단 기간이 오래된 환자라도 가임력 회복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성공적인 임신을 위해 수술 후 관리와 배우자의 상태 점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임신은 부부가 함께 이루는 결실인 만큼, 남성의 정관 복원과 병행해 여성 파트너의 가임력 평가와 배란 주기를 정밀하게 맞추는 협력이 동반되면 자연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