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겠다는데 집은 없다…공급 대책과 입주 사이에 벌어진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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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겠다는데 집은 없다…공급 대책과 입주 사이에 벌어진 간극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10-22 23:10

[Hinews 하이뉴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서울의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택시장에 공급이 충분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새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도록 사업 절차를 밟는 것과 실제로 공사가 끝나 입주가 가능한 주택이 늘어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급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도 계획된 주택의 숫자만이 아니라 언제 공사가 시작되고, 언제 분양과 입주가 이뤄지는지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6년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의 주택 인허가는 3만994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4% 증가했고, 착공은 2만679가구로 41.1% 늘었다. 공급의 선행지표가 회복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기간 준공 물량은 2만5630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19.1% 감소했다. 새 주택을 짓기 위한 사업은 늘어나는 가운데 완공된 주택은 줄어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천 계양 공공주택지구에서 열린 주택공급현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인천 계양 공공주택지구에서 열린 주택공급현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주택 공급을 둘러싼 논쟁에서 인허가와 착공, 준공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허가는 주택 건설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된 물량이고, 착공은 실제 공사에 들어간 물량이다. 준공은 건물이 완성된 단계로, 입주 가능 시점을 판단할 때 보다 직접적으로 살펴봐야 할 지표다. 인허가가 늘었다고 곧바로 집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며, 착공 물량이 증가해도 공사 기간과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입주 시기는 달라진다.

서울의 공급 확대 정책도 상당 부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기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6년 1~7월 서울에서 착공한 아파트 1만4995가구 가운데 정비사업 물량은 1만2211가구로 전체의 81.4%를 차지했다. 노후 주택을 정비해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은 서울의 주택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간 이해관계와 공사비 부담, 이주·철거 일정 등이 얽혀 있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비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입주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구역을 정하고 조합을 구성한 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등을 진행해야 하며, 기존 주민의 이주와 철거가 끝나야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공사비가 예상보다 높아지거나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계약 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면 사업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개별 사업장의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은 민간 건설사의 사업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택을 지어 분양하더라도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사업을 미루거나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 지방의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건설사와 금융기관이 사업성을 더 엄격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주택 수요가 집중돼 있다고 해도 모든 사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공급 확대 정책이 실제 착공으로 연결되려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금과 수익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공급 목표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주택 사이의 차이도 살펴봐야 한다. 신규 택지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토지 보상과 기반시설 조성,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해 단기간에 입주 물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서울 도심의 유휴부지나 공공부지를 활용하는 사업도 부지별 개발 여건과 주변 교통시설, 주민 의견 등을 검토해야 한다. 공급 규모를 크게 제시하는 것과 실제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별도의 과제다.

정부 역시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목표로 정비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2026년과 2027년 서울의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각각 2만6000가구와 2만2000가구로 전망했다. 서울시는 인허가와 착공 증가가 실제 입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요 사업의 진행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택 공급의 속도를 높이려면 사업 절차를 단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간 갈등을 조정하고, 공사비 변동에 따른 사업 지연을 줄이며, 민간 건설사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이 직접 공급하는 주택과 민간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주택의 역할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절차를 무리하게 줄일 경우 주민 갈등이나 기반시설 부족 등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사업 속도와 주거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공급 대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발표된 공급 계획이나 인허가 물량만으로 정책 효과를 판단하면 실제 입주가 늦어지는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착공 이후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준공 물량이 얼마나 확보되는지, 새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와 임대료가 실수요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수준인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주택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적정한 가격의 집을 구할 수 있어야 공급 확대가 시장 안정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 “공급 목표의 상당 부분이 입주가 아니라 착공 기준으로, 당장 올해부터 내년까지 부족한 입주 물량을 채우거나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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