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서울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아파트 가격만큼 큰 부담은 돈을 마련하는 일이다. 집값이 오를 것 같아 매수를 서두르는 사람도 있지만, 대출 한도가 줄어들거나 기존에 예상했던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지면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같은 서울에서 같은 집을 사려고 해도 보유한 현금과 소득, 기존 대출 규모에 따라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2025년 6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대책을 발표했을 때 서울 부동산시장에서는 계약을 진행하지 못하거나 매수를 취소하는 사례가 나왔다. 연합뉴스가 당시 보도한 사례 가운데는 서울 노원구 주택을 처분한 뒤 용산구의 아파트로 옮기려던 매수자가 있었다. 이 매수자는 용산구 아파트 매도인에게 약정금 1억원을 보냈지만,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데다 기존 주택의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개업소는 계약이 무산되면서 약정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아파트 가격만큼 큰 부담은 돈을 마련하는 일이다. 집값이 오를 것 같아 매수를 서두르는 사람도 있지만, 대출 한도가 줄어들거나 기존에 예상했던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지면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같은 서울에서 같은 집을 사려고 해도 보유한 현금과 소득, 기존 대출 규모에 따라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이 사례는 대출 규제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거래량 감소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매수자는 주택 가격과 대출 가능액, 기존 주택의 매각 대금 등을 계산해 계약을 진행하지만, 정책 변화로 대출 조건이 달라지면 이미 세운 자금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기존 집을 팔고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옮기려던 사람에게는 매수 계약뿐 아니라 기존 주택의 매각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문제다.
대출 규제의 영향은 고가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주택 가격이 높은 서울에서 대출은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을 위해 활용하는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다. 소득이 일정하더라도 집값이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면 필요한 대출 규모가 커지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에 따라 실제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부족한 자금을 가족에게 빌리거나 매수 지역을 바꾸는 방법을 찾기도 하지만, 이런 선택지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은 가구마다 다르다.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과 지금 집을 사면 대출 상환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사이에서 나타난다. 2024년 SBS가 보도한 사례에서 직장인 황모씨는 경기도 김포에 거주하다 자녀의 취학 시기가 다가오고 서울과 김포의 집값 흐름에 차이가 나타나자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아파트를 15억3000만원에 매수하기로 했다. 황씨는 당시 “김포 집값은 진짜 변동이 없거든요. 아, 그러면 이사해야 하지 않을까? 김포보다는 오를 수 있는 곳에 가서”라고 매수 배경을 설명했다.
황씨의 사례에는 주택 구입을 결정하는 가구의 현실적인 계산이 담겨 있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는 목적뿐 아니라 자녀 교육과 자산가치 유지에 대한 기대가 매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대출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매수에 나서려는 사람이 생기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같은 소득과 자산을 가진 가구라도 매수할 수 있는 주택의 범위가 달라진다.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이 매수 시점을 앞당기는 한편,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은 매수를 미루게 하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에서도 이런 고민이 드러난다. 국민일보가 2026년 2월 보도한 직방의 등기정보 분석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집합건물을 매수한 사람은 6554명으로 전월보다 5.4% 늘었다. 이 가운데 30대가 3520명으로 53.7%를 차지했고, 40대는 1490명으로 22.7%였다. 집값과 대출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주거 기반을 먼저 마련하려는 수요가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주택을 구입하려는 의지만으로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매수자는 주택 가격 외에도 취득세와 중개보수, 이사 비용, 수리비 등을 고려해야 하며, 대출을 받으면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주택을 구입한 뒤 자녀 양육비나 교육비, 노후 준비에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남는지도 따져야 한다. 대출 한도가 충분하더라도 장기간 상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매수를 미루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 무리해서라도 매수에 나서는 가구가 생길 수 있다. 주택 구입을 미뤘다가 가격이 더 올라 구매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이런 심리가 강해지면 대출 규제로 구매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매수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규제가 거래를 위축시키는 효과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매수를 앞당기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대출 규제의 효과를 평가할 때는 가계부채가 얼마나 줄었는지뿐 아니라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기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살펴야 한다. 대출을 제한하면 과도한 차입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소득이 안정적이어도 충분한 자기자본을 마련하지 못한 가구는 주택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에서는 대출 가능액의 차이가 곧 매수할 수 있는 지역과 주택 유형의 차이로 이어진다. 금융 규제와 함께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 공급과 장기적인 상환 부담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생애 최초 주택 매수 흐름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시기일수록 거주 기반을 먼저 확정하려는 판단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