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아파트가 새 아파트보다 비싼 이유…재건축 기대가 만든 가격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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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아파트가 새 아파트보다 비싼 이유…재건축 기대가 만든 가격의 문턱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10-22 23:20

[Hinews 하이뉴스]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은 지 수십 년이 지난 아파트가 주변 신축 아파트 못지않은 가격에 거래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건물은 낡았고 주차 공간과 편의시설도 부족하지만,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바뀔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노후 단지가 높은 시세를 형성하는 것이다. 집을 실제로 사용하는 가치와 앞으로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산가치가 하나의 가격에 반영되는 셈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현재의 건물 상태만이 아니다. 대지지분과 용적률, 단지 규모, 입지, 정비사업 추진 단계, 향후 분담금 등이 매수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낡은 아파트를 사는 사람이 현재의 주거 환경보다 향후 사업이 완료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주택의 가치와 개발 이익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면, 건물의 노후화가 매매가격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에 재건축 시공사 선정 관련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16일 토지 등 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1971년 준공된 이 단지는 지하 6층∼지상 최고 59층, 2천480여 세대 규모로 재건축되며 이 가운데 340여 세대는 공공임대로 공급된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에 재건축 시공사 선정 관련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16일 토지 등 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1971년 준공된 이 단지는 지하 6층∼지상 최고 59층, 2천480여 세대 규모로 재건축되며 이 가운데 340여 세대는 공공임대로 공급된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이 같은 시장에서는 재건축 가능성 자체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역세권이나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는 노후 단지는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기 쉽고, 재건축 사업이 구체화되면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거래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반면 사업 추진이 늦어지거나 공사비가 오르고 조합원 분담금이 커지면 예상했던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 재건축 기대가 모든 노후 아파트의 가격을 같은 방식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

재건축 아파트가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이런 기대와 함께 사업의 수익성을 둘러싼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고 더 많은 주택을 지어 일반분양 수입을 확보하면 공사비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이미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주택 수가 제한돼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대지지분이 넓고 기존 용적률이 낮은 단지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재건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과거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공사비가 오르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고, 일반분양가를 높여 비용을 충당하려 해도 분양가와 주변 시세, 시장 수요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재건축이 추진된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가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사업이 진행될수록 예상했던 개발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의 노후 아파트가 모두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재건축 연한에 도달하는 단지 가운데는 과거 저층 아파트보다 이미 높은 용적률로 지어진 곳이 많아, 기존보다 가구 수를 크게 늘려 사업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와 사업성이 부족한 단지 사이의 격차가 커지면 같은 노후 아파트라도 가격 흐름은 더욱 달라질 수 있다.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은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택 수를 늘리는 수단이지만, 사업성 높은 지역의 개발이익이 기존 주택 소유자에게 집중되거나 높은 분담금으로 무주택자의 진입 장벽이 커지는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재건축 기대가 집값에 반영되는 구조를 이해하려면 개발 이후의 가격뿐 아니라 사업비와 분담금, 추가 공급 물량, 세입자의 이주 부담까지 따져봐야 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설명하며 “재건축은 인구가 폭발하고 수요가 계속 높아지던 성장 시대의 개발 방식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태까지 용적률을 계속 높여가며 분담금을 줄여 이를 유지해왔다”며 “이제는 그 시대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소 기자

miso@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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