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산업도시 울산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1067명의 기록을 한곳에 모은 온라인 기록관이 문을 열었다. 울산 산재사망노동자 디지털기록관 추진위원회는 지난 21일 오후 6시 울산시청 시민홀에서 개관식을 열고 기록관을 공개했다.
1989년부터 2026년 9월까지 모은 산재 사망 자료를 사망자 한 명 한 명의 기록으로 정리한 것이다. 추진위 분석에서는 2000년 이후 울산에서 산재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980명, 연평균 약 36명이었고 절반 넘게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울산산재사망노동자기록관 홈페이지의 메인화면 (사진=울산산재사망노동자기록관 홈페이지 캡처)
◇ 한 사람의 삶으로 기억하자는 취지
기록관은 숫자로만 남기 쉬운 노동자의 죽음을 한 사람의 삶으로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추진위는 울산이 1962년 한국 최초의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뒤 산업도시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병들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희생을 기록해 추모하고, 같은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는 안전한 울산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기록관 제작은 지역언론사 울산저널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추진했다. 추진위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자동차지부, 울산저널로 꾸려졌다. 자료 수집과 분석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맡았다.
연구팀이 모은 자료는 다섯 갈래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 업무상재해 유족급여 승인자료 1575건,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의 사고성 중대재해 사망자료 112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사고 사망자료 217건, 현대자동차지부의 사고 사망자료 9건, 울산지방법원의 산재사망사고 관련 판결문 123건이다. 연구팀은 이 자료에서 중복을 걸러내 울산 산재사고 사망노동자 1067명의 기록을 만들었다. 다만 1999년 이전 자료는 현대중공업 기록뿐이어서 구체적인 통계 분석은 2000년 이후 사망자 980명을 대상으로 했다.
◇ 연평균 36명 사망, 사망자 절반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
2000년부터 2026년 9월까지 울산에서 산재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연평균 약 36명이었다.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2년으로 56명이었고, 2001년이 53명, 2004년과 2006년, 2016년이 각각 48명이었다. 최근 3년 기록은 2023년 25명, 2024년 34명, 2025년 40명으로 해마다 늘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0인 미만이 558명으로 전체의 56.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은 209명(21.3%), 300인 이상은 163명(16.6%)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448명(45.7%), 건설업이 349명(35.6%)이었고 두 업종을 합치면 81.3%에 이른다. 운수·창고 및 통신업은 77명(7.9%), 기타 사업은 75명(7.7%)이었다. 사고 유형은 떨어짐이 292명(29.8%)으로 가장 많았다. 기계나 설비에 끼이거나 감긴 사고가 134명(13.7%), 부딪힘이 71명(7.2%), 물체에 맞은 사고가 64명(6.5%)으로 뒤를 이었다. 연령대는 50대가 291명(29.7%)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254명(25.9%), 60대 이상 180명(18.4%) 순이었다.
연구팀은 제조업체 내부에서 공사를 하다 숨진 노동자 22명을 따로 분류했다. 이런 사고는 보통 건설공사로 분류되고, 이 경우 제조업체는 공사를 맡긴 발주처로 취급돼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해당 업체가 유해·위험요인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는지를 따져 도급인인지 발주처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기억의 벽' 마련, 업무상 질병 사망자까지 확대 예정
기록관에는 사망노동자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기억의 벽' 등이 마련된다. 개관식에서는 설립 배경과 자료 수집 과정, 운영 방향이 공개된다. 김형균 울산저널 대표가 제작 과정을, 이정은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이 기록관의 구성과 활용법을 소개한다. 추진위는 추가 자료를 확보하고 시민 제보를 받아 기록을 보완할 계획이다. 지금은 1989년 이후 산재사고 사망노동자 중심이지만, 앞으로 1989년 이전 사망자와 업무상 질병으로 숨진 노동자까지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