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겨울이 되면 슬개골탈구를 가진 반려견의 보행이 눈에 띄게 불안정해진다. 실제로 겨울은 슬개골탈구가 진행되고 합병증이 동반되기 쉬운 시기다. 낮은 기온은 근육과 인대를 경직시키고, 미끄러운 바닥은 무릎 관절에 반복적인 충격을 준다. 이 과정에서 슬개골탈구 정도가 심해지거나, 십자인대파열과 같은 2차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겨울철 슬개골탈구 관리는 단순한 계절 관리가 아니라, 관절 질환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다.
슬개골탈구는 무릎 앞쪽에 위치한 슬개골이 정상적인 홈에서 벗어나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이탈하는 질환이다. 주로 소형견에서 흔히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비만이나 외상, 잘못된 운동 습관으로 인해 중대형견에서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선천적인 뼈 구조 이상이 주요 원인이지만, 성장 과정에서의 근육 불균형, 미끄러운 생활 환경, 반복적인 점프 역시 중요한 후천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슬개골탈구 증상은 단계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초기에는 산책 중 한쪽 다리를 잠깐 들었다 놓는 행동이 반복되고, 뛰다가 멈칫하거나 방향을 바꿀 때 불안정한 모습이 보인다. 겨울철에는 통증이 더 쉽게 유발되면서 산책을 거부하거나, 계단 오르내리기를 꺼리고, 앉았다 일어날 때 주저하는 행동이 늘어난다. 일부 반려견은 통증으로 인해 무릎 부위를 자주 핥거나, 활동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노화나 추위 때문이 아니라, 슬개골탈구 진행의 신호일 수 있다.
이동근 굿프렌즈 동물병원 원장
슬개골탈구는 일반적으로 1기부터 4기까지 단계로 구분된다.
1기는 슬개골이 정상 위치에 있으나, 손으로 밀면 일시적으로 빠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상태다. 이 시기에는 보호자가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미 관절에는 불안정성이 존재한다. 겨울철 근육 경직은 이 불안정성을 더 크게 만든다.
2기는 슬개골이 자연스럽게 빠졌다가 다리를 움직이면 다시 들어가는 단계다. 보행 중 간헐적인 파행이 관찰되며, 겨울철에는 파행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3기는 슬개골이 대부분 빠져 있는 상태로, 손으로 밀어 넣어야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단계부터는 지속적인 보행 이상과 통증이 동반되며, 관절염 진행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4기는 슬개골이 완전히 이탈해 있으며, 손으로도 제자리로 돌릴 수 없는 상태다. 무릎 구조 자체가 변형돼 정상적인 보행이 어렵고, 장기간 방치 시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겨울철 슬개골탈구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은 십자인대파열과의 연관성이다. 슬개골탈구로 인해 무릎 관절이 불안정해지면, 체중 부하가 비정상적으로 분산된다. 이로 인해 무릎 내부에서 십자인대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가해지고, 결국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슬개골탈구를 가진 반려동물이 십자인대 파열을 함께 진단받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십자인대파열이 동반되면 통증과 파행은 급격히 심해지고, 치료와 회복 기간 역시 길어진다.
슬개골탈구 관리에서 수술 여부에 대한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슬개골탈구가 즉시 수술 대상은 아니다. 1기나 일부 2기에서는 체중 관리, 근력 강화, 생활 환경 개선을 통한 보존적 관리로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2기 이상에서 통증이 반복되거나, 3기·4기로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권장된다.
슬개골탈구 수술은 단일한 방법이 아니라, 반려견이 상태에 따라 여러 수술방법을 조합해 진행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수술은 활차구 성형술로, 슬개골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홈을 깊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여기에 경골조면이동술을 통해 슬개골 인대의 방향을 교정하고, 필요에 따라 연부조직 재건술을 병행한다. 단순히 슬개골을 제자리로 넣는 것이 아니라, 무릎 구조 전체의 정렬을 바로잡는 것이 수술의 핵심이다. 수술 후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하며, 겨울철에는 재활 과정에서 근육 경직과 체온 저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겨울철 슬개골탈구 관리에서 보호자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생활 환경이다. 미끄러운 바닥은 슬개골탈구와 십자인대파열 모두의 위험을 높인다. 미끄럼 방지 매트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소파나 침대에서의 점프를 줄이기 위한 계단 설치 역시 필요하다. 산책 시에는 눈길이나 얼음길을 피하고, 염화 칼슘이 뿌려진 도로를 걸은 후에는 반드시 발과 다리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점을 인지 말기를 바란다. 이는 피부 관리뿐 아니라 관절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관리다.
슬개골탈구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좋아지는 질환이 아니다. 방치할수록 관절염과 십자인대파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치료의 선택지는 점점 제한된다. 반려동물, 강아지, 반려견뿐 아니라 고양지, 반려묘를 함께 키우는 가정에서도 관절 질환에 대한 인식은 중요하다. 관절 문제는 통증이 눈에 띄지 않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겨울은 슬개골탈구를 가진 반려견에게 가장 가혹한 계절이다. 그러나 관리와 치료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보호자가 반려견의 작은 보행 변화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진단과 치료를 선택한다면 슬개골탈구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이 겨울이 관절 통증을 키우는 계절이 아니라, 반려견의 삶의 질을 지켜주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