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대표 징역 4년 확정…중대재해법, 경영책임의 경계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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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대표 징역 4년 확정…중대재해법, 경영책임의 경계 어디까지

1심 징역 15년에서 항소심 4년으로 감형…대법원, 원심 판결 유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인정…일부 산업안전 혐의는 무죄
23명 사망 참사에도 형량 논란…처벌 수위 넘어 실질적인 안전관리 체계가 관건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10-21 20:54

[Hinews 하이뉴스]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 대표는 항소심에서 형량이 크게 줄었고,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형사재판 절차가 마무리됐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은 인정됐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은 산업재해의 책임을 어느 수준까지 형사처벌로 물을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와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업장에서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가 안전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 기업이 관련 규정과 조직을 갖췄다는 사실만으로 법적 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1심과 항소심의 형량 차이가 크게 나타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기준과 양형 판단을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 대표는 항소심에서 형량이 크게 줄었고,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형사재판 절차가 마무리됐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은 인정됐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은 산업재해의 책임을 어느 수준까지 형사처벌로 물을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 대표는 항소심에서 형량이 크게 줄었고,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형사재판 절차가 마무리됐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은 인정됐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은 산업재해의 책임을 어느 수준까지 형사처벌로 물을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아리셀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 1차전지 제조공장에서 발생했다. 공장 내부에서 시작된 화재는 빠르게 확산했고,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상당수는 외국인 노동자였으며, 파견근로자도 다수 포함됐다. 화재가 발생한 뒤 작업자들이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한 정황과 함께 리튬전지 제조공정의 위험성 관리, 비상대응 체계, 노동자 안전교육 등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검찰은 박 대표 등 경영진이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한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으며, 중대재해 발생에 대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도 충분히 구축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할 의무를 부과한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로 이어졌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다 사업장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무겁게 본 판단이다. 기업의 안전관리 문제를 현장 관리자 개인의 과실로만 돌리지 않고, 사업 전반을 지휘하고 결정하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연결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에 대해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특히 비상구 설치와 유지·관리 의무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가운데 일부는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박 대표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개별 안전시설과 관련한 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판단한 것이다. 형량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유족과의 합의 등 양형 사정도 고려됐다. 그 결과 박 대표의 형량은 징역 15년에서 징역 4년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법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박 대표에게 선고된 징역 4년이 최종 형량으로 결정됐다. 다만 이번 판결을 모든 산업재해 사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는 경영책임자의 지위와 권한,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여부, 사고와 의무 위반 사이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대목은 안전관리 업무를 별도의 담당자에게 맡겼다는 사실만으로 경영책임자의 법적 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은 사업 규모와 조직에 따라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나 책임자를 둘 수 있다. 그러나 경영책임자가 조직과 인력, 예산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면 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까지 모두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는 없다. 안전관리 담당자가 존재하는지뿐 아니라 필요한 권한과 자원을 갖고 위험요인을 개선할 수 있었는지, 경영진이 관련 보고를 받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위험성 평가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위험 수준을 판단한 뒤 개선 조치를 마련하는 절차다. 제조공정의 특성과 취급 물질의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반적인 평가표나 매뉴얼만 갖춰 놓았다면 실제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법원이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형식적 존재 여부를 넘어 구체적인 이행 상황을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튬전지처럼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는 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는 공정 특성에 맞는 위험요인 분석과 작업자 교육, 비상대피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작업자가 위험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대피 경로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사고 발생 시 대응 절차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안전관리 규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을 통제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나 단기·파견근로자가 많은 사업장에서는 언어와 숙련도 차이까지 고려한 교육과 작업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논쟁은 처벌의 강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뒤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줄이는 것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동일한 문제는 아니다. 처벌 수위를 높이더라도 사업장에서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고를 막기 어렵다. 반대로 기업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면서도 법적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 법의 예방 효과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할 때도 안전 예산이나 전담 조직의 유무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위험요인이 발견됐을 때 개선 조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현장 노동자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됐는지, 경영진이 안전 관련 보고를 받고 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배정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현장의 작업 방식과 설비 개선으로 이어졌는지가 법적 의무 이행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사업장 단위의 예방 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의무를 서류상으로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위험요인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위험 공정에 대한 투자와 노동자 참여, 안전교육의 실효성을 함께 확보해야 경영진의 책임 강화가 실제 사고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서영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그는 대표이사가 안전 업무를 담당자에게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며,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형사책임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관리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미소 기자

miso@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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