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에도 사망자 다시 늘었다…현장은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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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에도 사망자 다시 늘었다…현장은 달라졌나

2025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605명…3년 감소세 뒤 증가 전환
건설·영세 사업장에 사망사고 집중…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
안전관리 체계 갖췄다는 서류보다 현장에서 위험을 막는지가 관건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10-21 21:01

[Hinews 하이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산업현장 사고사망자가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중대재해 발생 시 형사책임을 묻는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노동자의 사망을 막는다는 법의 목표가 현장에서 충분히 실현되고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605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623명에서 2023년 597명, 2024년 592명으로 줄었던 사망자 수가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4년과 비교하면 13명 늘어난 수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산업현장 사고사망자가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중대재해 발생 시 형사책임을 묻는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노동자의 사망을 막는다는 법의 목표가 현장에서 충분히 실현되고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산업현장 사고사망자가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중대재해 발생 시 형사책임을 묻는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노동자의 사망을 막는다는 법의 목표가 현장에서 충분히 실현되고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조치를 이행하도록 한 법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 현장 책임자만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의사결정권자가 안전관리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도록 해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2022년 1월 시행됐다.

그러나 사망자 통계만 놓고 보면 법 시행 이후 사고가 지속적으로 줄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시행 첫해 이후 감소하던 사망자 수가 지난해 반등하면서 법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었다.

물론 사망자 수의 증감만으로 법의 효과를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산업현장의 사고는 법과 제도뿐 아니라 경기 흐름, 업종별 생산량, 공사 물량, 사업장 규모와 작업환경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건설경기가 위축되면 공사 현장과 작업 인원이 줄어 사망사고도 감소할 수 있고, 특정 업종의 생산과 고용이 늘면 위험에 노출되는 노동자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24년에는 건설업 사망자가 줄었지만 제조업과 기타 업종에서는 사망자가 증가했다. 당시 정부도 건설경기 부진과 업종별 경기 상황이 통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사망자가 줄었다고 해서 곧바로 안전관리 수준이 개선됐다고 볼 수 없고, 반대로 사망자가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예방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사고가 반복되는 사업장과 위험도가 높은 작업환경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는 점이다. 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안전 관련 조직을 만들고 매뉴얼을 정비했더라도, 현장에서 위험요인을 발견하고 작업을 중단하거나 설비를 개선하는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

사망사고 10건 중 8건 가까이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

사망사고의 상당수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사고사망자 605명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41명으로 전체의 약 7%였다. 이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 기준이다. 별도의 유족급여 승인 기준 통계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가 354명으로 집계돼 전체 872명의 40.6%를 차지했다. 두 통계는 집계 기준과 대상에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유족급여 승인 기준 통계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을 통해 유족급여가 승인된 사고사망자를 집계한 것으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와는 범위가 다르다. 사고 발생 시점과 승인 시점의 차이도 반영된다. 따라서 통계를 인용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집계했는지 구분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대기업에 비해 안전관리 전담인력을 두거나 위험설비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확보하기 어렵다. 안전관리자가 배치된 대형 사업장과 달리 사업주나 현장 관리자가 생산과 안전 업무를 동시에 맡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전수칙을 알고 있더라도 이를 실제 작업에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할 인력과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건설업에서도 규모에 따른 안전관리 격차가 나타난다. 지난해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286명으로 전년보다 10명 늘었다. 특히 공사 규모가 5억원 미만인 소규모 현장에서 사망자가 증가했다. 공사 기간이 짧고 현장 인력이 수시로 바뀌는 곳일수록 작업 전 안전점검과 추락 방지시설 설치, 위험작업 통제 등 기본적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망사고의 주요 유형 역시 기본적인 안전조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유형은 추락으로 249명이 숨졌다. 전체 사고사망자의 41.2%에 해당한다. 이어 부딪힘 62명, 무너짐 38명 순이었다. 추락과 충돌, 붕괴는 작업환경과 설비, 작업 순서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위험을 줄일 여지가 있는 사고 유형이다.

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상황에서는 법정 서류를 갖췄는지뿐 아니라 현장에서 위험을 발견하고 실제로 개선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계획이 존재하더라도 위험성 평가 결과가 작업 방식에 반영되지 않거나, 보호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된다면 제도가 기대한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처벌과 안전관리 서류 사이…현장 작동 여부가 관건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은 처벌 수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더라도 기업이 사고 발생 이후의 법적 책임을 줄이는 데만 집중한다면 현장의 위험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이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실제 작업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들면 사고를 예방할 가능성도 커진다.

법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수사와 재판에서 일관된 판단을 확보하는 일도 필요하다. 경영책임자가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기업이 안전관리체계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책임을 져야 할 주체와 의무 위반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벌의 예측 가능성과 현장 예방 기능은 서로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다.

다만 기업의 규모와 업종에 따른 안전관리 역량의 차이를 외면한 채 동일한 서류와 절차를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는 안전관리 인력과 비용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고위험 작업과 반복 사고 사업장에는 위험요인 개선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것과 실제로 작동하는지 감독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자가 줄어든 시기가 있었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이 통계만으로 법의 실패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법 시행 자체를 산업재해 감소의 성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제도의 성패는 기업이 안전관리 서류를 얼마나 갖췄는지가 아니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얼마나 사전에 제거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안전의 목적을 설명하며 “산업안전의 문제는 작업자가 100%의 집중력으로 일하는 것을 상정하지 않고, 집중력이 약간 떨어진 상태여도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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