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은 왔지만 안전 인력은 없다…중소기업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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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은 왔지만 안전 인력은 없다…중소기업의 딜레마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 적용 확대…전담인력·예산 부족에 현장 대응 한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요구 커졌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대표가 생산·안전 업무 병행
처벌 강화만으로 예방 어려워…정부 지원과 원청의 책임 분담 필요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10-21 21:23

[Hinews 하이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 지 2년 9개월이 지났다.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지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를 담당할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현장에 먼저 적용됐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는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이다.

법의 취지는 분명하다. 사고가 발생한 뒤 현장 관리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사고를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할 절차를 마련하는 한편, 안전관리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대기업과 소규모 사업장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여건은 같지 않다. 대기업은 안전관리 전담부서와 전문인력을 두고 위험성 평가와 교육, 설비 개선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소규모 제조업체나 건설업체는 대표나 현장 관리자가 생산과 인력 관리, 안전 업무를 동시에 맡는 경우가 많다. 법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이해하고 실제 작업에 적용하는 일부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사업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을 후순위에 둘 수는 없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 개인과 가족이 입는 피해가 크고, 사업장 역시 경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결국 쟁점은 안전관리 의무를 면제할 것인지가 아니라, 사업장이 실질적인 예방체계를 갖추도록 어떻게 지원하고 감독할 것인지에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 지 2년 9개월이 지났다.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지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 지 2년 9개월이 지났다.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지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안전관리 담당자도, 개선할 예산도 부족하다


소규모 사업장의 어려움은 안전관리체계를 문서로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실제 설비를 바꾸거나 안전시설을 설치하려면 비용이 필요하다. 안전관리 담당자를 지정해도 전문성이 부족하면 작업별 위험요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법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갖추는 일과 현장의 위험을 줄이는 일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 확대에 앞서 산업안전 대진단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등 지원책을 추진했다. 사업장이 스스로 안전 수준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위험요인을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도 소규모 사업장의 준비 부족과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지원책이 마련됐다는 사실만으로 현장의 어려움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업주가 지원 제도를 알고 신청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을 수 있고, 컨설팅을 통해 개선 사항을 확인하더라도 실제 설비 투자와 인력 충원까지 이어지려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사업장마다 업종과 위험요인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안내서나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특히 위험한 설비를 사용하는 제조업이나 추락 위험이 큰 건설업에서는 안전조치의 미비가 곧바로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작업발판과 안전난간을 설치하고, 기계의 방호장치를 보강하며, 작업 전 설비 상태를 점검하는 일은 기본적인 예방 조치지만, 영세 사업장에는 비용과 작업 중단에 따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때 안전관리 비용을 단순한 지출로만 취급하면 위험요인 개선은 계속 미뤄질 수 있다. 안전시설 설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작업계획에 반영하고, 위험도가 높은 공정부터 개선하도록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정부 지원도 교육과 컨설팅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까지 이어질 필요가 있다.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실행할 여건이 없어서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업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어디까지,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이다. 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지만, 각 사업장에서 관리해야 할 위험은 업종과 작업환경에 따라 다르다. 소규모 사업장은 전담 법무·안전 조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법률상 의무를 구체적인 작업 절차로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안전관리체계가 서류 작성에 치우치는 것도 문제다. 사업주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매뉴얼과 점검표를 갖추는 데 집중하면, 실제 현장에서 위험요인이 개선됐는지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기록을 남겼더라도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예방 효과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은 사업장별 위험을 실제로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문기관이 현장을 방문해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개선 대책을 마련한 뒤 이행 여부까지 확인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원 대상 선정에서도 사업장 규모뿐 아니라 사고 이력과 작업의 위험도, 안전관리 인력 확보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감독 역시 서류의 유무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위험성 평가 결과가 작업 방식에 반영됐는지, 안전시설이 실제로 설치됐는지, 노동자가 위험을 보고했을 때 개선 조치가 이뤄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위험요인을 방치하거나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는 엄정한 법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법 적용 대상이 확대된 만큼 원청과 하청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규모 하청업체가 원청의 작업 일정에 맞춰야 하는 구조에서는 안전조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원청이 작업 공간과 설비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거나 공정을 통제한다면, 하청업체에 안전수칙 준수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는 일은 원청의 책임을 대신하는 문제가 아니다. 각 주체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도록 역할을 분명히 하고, 위험을 제거할 권한과 비용이 현장에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계약서에 책임을 나눠 적는 것만으로는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처벌과 지원, 어느 한쪽만으로는 부족하다중소기업의 안전관리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영책임자의 법적 책임을 낮춰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안전관리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사업주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반대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모든 사업장이 안전관리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책임과 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사업주가 안전관리를 경영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도록 감독하는 동시에,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 전문인력과 안전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의무 이행 여부를 느슨하게 평가해서도 안 되며, 법적 의무를 지켰다는 서류만으로 실질적인 안전이 확보됐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성패는 법 적용 대상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위험요인이 얼마나 줄었는지, 노동자가 안전하게 작업을 중단하고 위험을 신고할 수 있는지, 안전관리체계가 실제 작업 현장에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을 묻는 절차와 함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현미향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울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관리 문제와 관련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정부·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원청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지원들이 함께 들어가줘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오하은 기자

haeun@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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