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통풍(痛風)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말처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염의 일종이다. 한때 고기와 술을 풍족하게 즐기던 상류층의 병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배달음식과 음주문화, 고열량 식생활이 일상화되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대중적인 질환이 됐다.

◇통풍, 이제는 흔한 대사질환

통풍의 직접적인 원인은 체내 ‘요산’ 수치의 증가다. 요산은 퓨린이라는 물질이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생기는 노폐물인데, 퓨린은 주로 육류, 내장류, 해산물, 맥주, 청량음료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요산이 혈액에 너무 많이 쌓이면 물에 녹지 않고 결정 형태로 바뀌어 관절이나 힘줄, 연골 주위에 침착되며 염증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생기는 것이 바로 ‘통풍 발작’이다.

통풍은 만성 대사질환으로, 꾸준한 약물 치료와 식습관 개선이 필수다. (클립아트코리아)
통풍은 만성 대사질환으로, 꾸준한 약물 치료와 식습관 개선이 필수다. (클립아트코리아)
통풍 발작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대개 밤사이 혹은 아침에 일어날 때 발가락, 발등, 발목, 무릎 등이 붓고 열이 나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발작이 발생한 부위는 붉게 부어오르고, 통증 때문에 신발조차 신기 어렵고, 이불이 닿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남성이 여성보다 약 10배 가까이 통풍에 잘 걸리는 이유는 호르몬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이 요산 배출을 도와주기 때문에 폐경 전까지는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다. 그러나 폐경 이후에는 여성의 통풍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

◇치료는 평생... 끊으면 다시 온다

통풍은 일시적인 염증이 아니라 대사질환이다. 즉, 한 번 걸리면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뜻이다. 통풍의 치료는 두 단계로 나뉘며, 각각 급성기 통증 조절과 장기적인 요산 관리에 집중한다.

급성기에는 통증 완화가 우선이다. 콜히친(colchicine),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 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해 염증을 가라앉힌다. 보통 2~3일 내로 통증이 완화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발작이 반복되고 더 넓은 관절로 퍼질 수 있다.

발작이 가라앉은 뒤에는 요산 수치를 조절하는 치료를 시작한다. 알로퓨리놀(allopurinol), 페북소스타트(febuxostat) 같은 약물은 요산 생성을 억제해 체내 농도를 낮춰준다. 중요한 점은 증상이 없다고 약을 끊지 않는 것이다.

요산이 계속 쌓이면 피부 아래에 ‘통풍결절(Tophi)’이라는 덩어리가 생기고, 신장 결석이나 신부전으로 이어질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관절이 지속적으로 손상돼 운동 능력에 제한을 받을 수 있어, 의료진 처방에 따라 꾸준한 약물 복용과 검사가 필요하다.

김미현 고려대 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김미현 고려대 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술·내장·단 음료 피하고 물 많이 마셔야

통풍 예방과 관리의 핵심은 생활 습관이다. 요산 농도를 낮추기 위해선 음주를 줄이고, 퓨린이 많은 음식의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피해야 할 식품은 다음과 같다.

맥주·하이볼·소주·와인 등 술 전반(특히 맥주는 요산 생성을 직접 자극), 곱창·간·순대 등 내장류, 붉은 고기·가공육·닭껍질 등 고단백 식품, 콜라·에너지음료·과일맛 청량음료 등 고과당 음료가 있다.

반대로 물은 하루 2리터 이상 마시는 것이 좋다. 수분이 충분해야 요산이 소변으로 배출되기 쉬워지고, 요산 결정의 형성도 줄일 수 있다.

운동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체중 감량은 물론 요산 농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단, 땀을 많이 흘린 뒤 탈수 상태에서 발작이 유발될 수 있어 수분 섭취를 병행해야 한다.

김미현 고려대 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최근에는 하이볼, 칵테일, 탄산음료 등 고과당 음료에 대한 소비가 늘고, 치킨·곱창 등 고퓨린 식품의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통풍 환자층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증상이 없더라도 요산 수치가 높다면 미리 생활습관을 조절하고 의료진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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