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가장 높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28.3명으로,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성인 우울증 유병률도 8%에 이른다. 심리적 위기에 놓인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출근길이 유난히 버겁고 일에 대한 의욕이 바닥났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닌 '우울감'일 수 있다. 한 조사에서는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최근 우울한 감정을 느꼈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방치하는 데 있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이 겪는 우울감, 2주 이상 지속되면 의료진 상담이 필요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직장인 10명 중 8명이 겪는 우울감, 2주 이상 지속되면 의료진 상담이 필요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괴로운 출근길, 단순 피로 아닐 수도


직장인의 우울감은 결코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반복되는 긴장, 직장 내 갈등, 신체적 피로 등 다양한 요소가 쌓이며 뇌의 신경 기능이 불균형 상태에 빠지는 것이 원인이다.

스트레스는 일시적으로 집중력이나 업무 효율을 높이기도 하지만, 장기간 누적되면 오히려 불안·무기력·수면장애 등을 유발하며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우울감은 점차 깊어지고, 치료가 필요한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

◇2주 이상 지속 시 '주의'... 기분 점검부터

모든 우울감이 병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 대부분이 무기력하거나, 즐거웠던 일에 흥미를 잃고, 식욕이나 수면 패턴이 달라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에 자책감, 피로,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이 동반되고,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된다면 ‘주요우울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럴 땐 스스로 ‘괜찮다’고 넘기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간단한 상담과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평가하고, 인지행동치료·비약물 요법·필요시 약물 치료를 병행해 증상을 완화한다.

우울감이 병으로 진행되기 전에 점검하고 다루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인 회복으로 이어진다.

◇움직이고 말하고 나눠야, 우울감에 대처하는 현실적 방법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업무 과중, 인간관계, 가족 문제, 경제적 부담 등 구체적인 스트레스 요인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진다.

그다음은 혼자 끌어안지 않는 것이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완화된다. 친구나 가족은 물론,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상담 기관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주의할 점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이유로 계속 침대에 머무르는 것이다. 활동을 줄이는 건 우울감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오히려 기분이 가라앉을수록 일부러 몸을 움직이고, 산책이나 운동, 좋아했던 활동들을 계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김현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현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현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더 이상 참거나 미루지 말고 의료진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라며 “정신건강은 신체건강만큼 중요하며, 조기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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