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로 착각 쉬운 척추전방전위증, 증상 구분이 치료의 시작 [이동엽 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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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로 착각 쉬운 척추전방전위증, 증상 구분이 치료의 시작 [이동엽 원장 칼럼]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1-18 16:57

[Hinews 하이뉴스] 허리 통증이 반복되면 허리디스크를 쉽게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겪고 있는 허리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척추전방전위증은 비교적 흔하게 발생함에도 생소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 뼈가 어긋나며 제자리에서 앞으로 밀려나는 것을 말한다. 뼈가 어긋나며 신경을 압박하게 되는데,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지고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불편감이 커지는 특징을 보인다. 앉아 있을 때 괜찮다가 일어나는 순간 통증이 생기는 패턴 때문에 허리를 삐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척추전방전위증의 통증은 허리디스크나 다른 척추질환과 매우 비슷해서 자가진단으로 밝히기 어렵다. 물렁뼈 조직인 디스크가 터지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와 달리,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 뒤쪽의 관절(후관절)을 지지하는 힘이 약해지면서 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노화, 반복적인 사용, 부상, 선천적 결손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근력운동이나 과격한 스포츠로 인해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전방전위증을 진단 받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이동엽 참포도나무병원 척추센터 원장
이동엽 참포도나무병원 척추센터 원장
허리 통증 외에도 다리 저림, 당김, 장시간 보행의 어려움 등이 동반되고, 심하면 엉덩이를 뒤로 빼고 걷는 비정상적인 보행 패턴으로 이어진다. 허리를 편 상태에서 척추를 만졌을 때 특정 부위가 도드라져 만져진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디스크로 단정 지으면 치료 방향이 어긋나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를 통해 진단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원에 내원 시 X-ray를 통해 척추 배열을 확인하고, 필요시 MRI, 적외선체열검사 등의 정밀검사로 신경 압박 정도와 주변 조직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초기라면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척추가 50% 이상 밀려난 고도 전방전위증이거나 통증이 심해 일상 기능이 제한될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때 신경 압박이 주된 문제일 경우에는 좁아진 부위를 넓혀주는 감압술을 시행하고, 척추의 불안정성이 심해 뼈 고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합술을 병행해야 한다.

척추는 노화가 진행되면 누구나 변화가 찾아올 수밖에 없지만, 그 속도를 늦추고 통증을 예방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복적으로 허리에 무리를 주는 행동을 줄이고, 코어 근육을 유지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척추의 안정성은 크게 달라진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데도 단순 통증으로 생각해 미루는 일이 가장 위험한 만큼, 통증이 반복되고 자세 변화에 따라 통증 양상이 다르다면 조기에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확실한 예방법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은 허리디스크와 매우 유사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인과 치료 전략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없이 방치하면 신경 손상이 진행되거나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미한 단계에서는 간단한 시술과 재활치료만으로도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으며, 꾸준한 운동과 생활 습관 조정으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증상이 심하더라도 최근에는 전신마취 없이 시행 가능한 미세침습 치료가 가능해 부담이 적고 회복도 빠른 편이다.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지거나 오래 걷기 어렵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척추의 안정성을 전문적으로 점검받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에 치료할수록 수술까지 이어지는 비율도 현저히 낮아진다.

척추는 쓰는 만큼 부담이 쌓이고, 지켜주는 만큼 오래 버틴다. 통증이 반복된다면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전문적인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글 : 이동엽 참포도나무병원 척추센터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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