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최근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많이 개선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년층의 정신질환은 여전히 관심 밖에 놓여 있다. 환자와 가족 모두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정신질환은 청·장년기에 발병하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따라서 노년기에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심각성을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자녀의 독립과 사회적 관계 축소로 주변에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신체 질환과 인지 저하가 겹치면서 정신과적 증상이 가려지는 경우도 흔하다.
변기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년층에서 식욕 저하, 피로, 무기력 같은 신체 증상을 우울증으로 연결짓지 못해 진료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흔하지만 조기 발견과 관리가 늦어지면 삶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과 위험성
노년기 정신질환 중 가장 흔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은 우울증이다. 증상이 심하면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하루 종일 지속되는 우울감, 활동 흥미 상실, 식욕 변화, 불면·과수면, 피로감, 무가치감, 사고력 저하, 자살사고 등이 있다.
국가정신건강포털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에서 주요우울장애 유병률은 1~4%, 경미한 우울증은 4~13%로 나타난다. 특히 만성 질환이 있는 노인에서는 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2023년 기준 노인 자살률은 40.6명/10만 명으로 전체 인구 평균(26명)보다 훨씬 높다. 변기환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은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니라, 자살 위험까지 동반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노년기 우울증 관리와 사회적 접근
노년기 우울증은 다른 연령층과 달리 신체 증상 중심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두통, 소화불량, 허리통증 등 불특정 증상으로 호소하면서, 정신건강 문제로 연결되기까지 진료가 지연되기도 한다. 또한 은퇴, 자녀 독립, 배우자·친구 상실 등 인생 주기의 변화가 무력감과 무가치감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변기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치매와의 중첩도 문제다. 치매 환자의 30~80%가 우울증을 동반하며, 주의력과 집행기능 저하로 우울증이 마치 치매처럼 나타날 수 있다. 변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에 의한 인지 저하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발견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적 자원 보호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증상을 느끼는 노인과 가족, 사회가 적극적으로 치료와 지원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