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탓? 남성도 갱년기가 옵니다 [배지훈 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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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탓? 남성도 갱년기가 옵니다 [배지훈 원장 칼럼]

송소라 기자

기사입력 : 2026-08-06 11:56

[Hinews 하이뉴스] 40~50대 남성에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요즘 의욕도 없고, 자꾸 피곤하며 체중이 늘었는데, 나이가 들면 다 그런 것인가요?"라는 질문이다. 많은 이가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고 검사를 받지 않은 채 여러 해를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이 단순한 나이탓 이상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성에게도 갱년기가 존재하며, 이는 여성의 갱년기와 달리 훨씬 느리게, 조용히 진행되므로 본인이나 가족 모두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성 갱년기의 의학적 명칭은 ‘후기 발현 성선기능저하증(Late-Onset Hypogonadism, LOH)’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감소에 따른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의미한다. 테스토스테론은 30세 이후 매년 약 1~2%씩 서서히 감소하며, 40대에는 대체로 증상이 명확하지 않으나 50대 이후 일정 수치 이하로 내려가면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여성의 폐경은 몇 개월 내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특징적인 증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남성의 갱년기는 호르몬 저하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져 증상이 모호하고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쉽다. 이로 인해 남성 갱년기는 진단받지 못하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흔하다.

배지훈 명진단 원장
배지훈 명진단 원장

남성 갱년기를 단순히 '성 기능 문제'로만 오해하는 경우가 많으나,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뼈, 지방 대사 뿐만 아니라 뇌 기능 및 기분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신체 전반에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구체적인 신체 증상으로는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며, 특히 복부 내장지방이 증가하고 골밀도가 저하된다. 이유 없이 쉽게 피로를 느끼고, 땀이 많아지거나 안면홍조를 경험하기도 한다. 성 기능에서는 성욕 저하 및 발기력 감소가 관찰된다. 정신적으로는 무기력감, 우울감, 집중력 및 기억력 감소, 수면 장애, 전반적인 활력 저하가 동반된다. 이러한 증상들이 3개 이상 동시 발생하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진단은 혈액 검사와 임상 증상을 종합해 내리며,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00 ng/dL(10.4 nmol/L) 미만이고 증상이 동반될 때 성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한다. 다만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하루 중 변동이 크므로 반드시 오전 7시부터 11시 사이 공복 상태로 채혈하며, 2회 이상 반복 측정을 원칙으로 한다.

총 테스토스테론 외에도 황체형성호르몬(LH), 난포자극호르몬(FSH),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 유리 테스토스테론, 프로락틴 등을 함께 검사하여 원인을 감별한다. 특히 비만, 당뇨,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 내분비 질환이 있으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이차적으로 낮아질 수 있으므로, 기저 질환 치료가 선행되어야 하며 내분비내과의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테스토스테론 감소는 단순한 성 기능 문제를 넘어 대사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근육량이 떨어져 기초대사량 감소와 내장지방 증가를 초래하며,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켜 대사증후군과 2형 당뇨 위험을 높인다. 이와 별개로 다수의 코호트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남성은 심혈관질환과 당뇨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내장지방 증가는 지방세포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로겐으로 전환시키는 작용을 하여 테스토스테론이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따라서 남성 갱년기 치료에서 체중 감량과 내장지방 관리가 핵심적이다.

골다공증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뼈 건강 유지에 필수 호르몬이다. 남성 골다공증 원인 중 상당 부분이 성선기능저하증이며, 남성 고관절 골절은 여성보다 예후가 불량하다. 이에 따라 남성 갱년기 진단 시 골밀도 검사(DEXA)를 병행할 것을 권고한다.

치료의 출발점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체중의 5~10% 감량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이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 규칙적인 저항운동(근력운동)은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하고 근육량 유지에 도움이 된다. 또한 수면 질 개선과 음주 절제도 중요하다.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증상 개선이 제한적일 때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TRT)을 검토할 수 있다. 겔, 패치, 주사 등 다양한 제형이 있으며, 혈중 수치 및 임상 증상이 모두 해당 기준에 부합할 때 시행한다. TRT는 성욕 및 발기력, 근육량·골밀도, 기분 및 활력, 인슐린 저항성 등 여러 측면에서 개선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2023년 NEJM에 발표된 TRAVERSE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군 남성에서도 TRT가 주요 심혈관 사건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전립선암·유방암 병력, 적혈구증가증, 중증 심부전, 조절되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TRT는 금기이며, 임신을 계획하는 남성에게도 정자 생성 억제 가능성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치료 중에는 전립선특이항원(PSA)과 혈구 수치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40세 이상 남성 중 이유 없이 피로감과 무기력함이 잦고 근력이 감소하며 복부 비만이 유독 심해지고 성욕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우울감과 수면 장애가 지속된다면 남성 갱년기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비만, 당뇨, 대사증후군 환자도 테스토스테론 검사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테스토스테론 혈액검사는 간단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으며, 필요 시 골밀도 검사(DEXA)를 동반해 뼈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권고된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다’고 치부하기 전에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는 중년 남성들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글: 배지훈 명진단 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

송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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