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돈줄 줄인 우리은행…대기업 대출은 8.8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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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돈줄 줄인 우리은행…대기업 대출은 8.8조 늘었다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10-21 22:23

[Hinews 하이뉴스] 우리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동안 대기업 대출은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취임 직전인 2024년 말과 올해 6월 말 대출 잔액을 비교하면 중소기업 대출은 약 8조5000억원 감소했지만 대기업 대출은 약 8조8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금융을 담당했던 경영진이 은행장을 맡은 뒤 나타난 변화다. 여기에 기업 무수익여신까지 빠르게 늘면서 우리은행의 대출 전략과 건전성 관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동안 대기업 대출은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취임 직전인 2024년 말과 올해 6월 말 대출 잔액을 비교하면 중소기업 대출은 약 8조5000억원 감소했지만 대기업 대출은 약 8조8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금융을 담당했던 경영진이 은행장을 맡은 뒤 나타난 변화다. 여기에 기업 무수익여신까지 빠르게 늘면서 우리은행의 대출 전략과 건전성 관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동안 대기업 대출은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취임 직전인 2024년 말과 올해 6월 말 대출 잔액을 비교하면 중소기업 대출은 약 8조5000억원 감소했지만 대기업 대출은 약 8조8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금융을 담당했던 경영진이 은행장을 맡은 뒤 나타난 변화다. 여기에 기업 무수익여신까지 빠르게 늘면서 우리은행의 대출 전략과 건전성 관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우리금융그룹 제공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원화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024년 말 124조4000억원에서 2025년 말 116조2000억원, 올해 6월 말 115조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 반 동안 약 8조5000억원이 줄었다. 감소율은 6.8%다.

반면 대기업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29조6000억원에서 38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증가액은 약 8조8000억원으로, 증가율은 30%에 육박한다. 중소기업 대출이 줄어든 사이 대기업 대출은 빠르게 확대된 것이다.

전체 기업대출 잔액은 2024년 말 154조1000억원에서 2025년 말 148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6월 말 154조3000억원으로 회복했다. 전체 규모는 취임 전 수준을 되찾았지만, 대출을 받은 기업의 규모별 실적은 크게 달랐다. 우리은행이 기업대출을 다시 늘리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자금을 더 많이 공급했다는 뜻이다.

대기업 대출을 늘렸다는 사실만으로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대규모 설비투자나 수출을 위한 자금 공급도 은행의 역할이다. 우리은행이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줄이고 제조업과 반도체·방산·바이오 등 산업 분야에 자금을 배분하려는 것도 여신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이 8조원 넘게 감소한 배경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실 우려가 큰 대출을 정리한 결과인지,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줄어든 것인지, 은행의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진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대기업 대출을 늘린 만큼 중소기업 대출을 줄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생산적 금융을 확대한다는 경영 방침과 실제 대출 실적이 일치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정 행장의 경력을 고려하면 중소기업 대출 감소는 더욱 눈에 띈다. 우리금융그룹은 2024년 11월 정 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기업금융 중심의 영업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행장은 중소기업고객부장과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거친 인물이다. 중소기업 금융 현장을 경험한 경영진이 은행을 이끄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감소하고 대기업 대출은 급증했다.

물론 대출 잔액의 증감만으로 은행의 경영 성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대출 상환과 만기 도래, 업종별 자금 수요, 부실 여신 정리 등이 잔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대출 감소액이 큰 만큼 우리은행은 신규 대출 취급액과 상환액, 대출 거절 건수 등을 통해 감소 원인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공급이 실제로 위축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기술금융에서도 우리은행의 대출 방식은 다른 시중은행과 차이를 보였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재무 실적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제도다. 올해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가운데 순수 신용평가로 취급한 대출 비중은 7.8%였다. 5대 시중은행 평균인 12.3%보다 낮았고, 비교 대상 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이었다.

같은 시점 우리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32조617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353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과 기업들이 담보 없이 자금을 빌리기 쉬워진 것은 다른 문제다. 담보나 보증을 확보한 기업에 대출이 집중됐다면 기술금융 규모가 커져도 기존 금융시장에서 소외된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은행별 신용대출 비중은 신한은행 11.7%, 하나은행 12.4%, KB국민은행 13.8%, NH농협은행 15.9%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7.8%로 가장 낮았다. 기술금융을 확대했다고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평가가 실제 대출 승인과 한도, 금리 결정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은행권 전반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의 담보·보증 의존도는 높게 나타났다. 올해 6월 말까지 5대 은행의 생산적 금융 관련 중소기업 대출 집행·약정액은 42조6578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담보대출은 25조7359억원으로 60.3%, 보증대출은 7조7663억원으로 18.2%를 차지했다. 두 유형을 합치면 78.5%다.

대기업 대출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생산적 금융 관련 대기업 대출에서 담보·보증대출 비중은 23.5%, 신용대출 비중은 76.5%였다. 대기업에는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중소기업에는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는 관행이 여전히 뚜렷하다는 의미다.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은행의 대출 심사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기술금융 평가의 신뢰성도 살펴봐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에도 기술신용평가서가 발급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당시 보도 기준으로 관련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위법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술금융의 출발점인 기업 기술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평가가 부정확하면 대출이 필요한 기업을 가려내기 어렵고, 기술금융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

기업대출의 건전성 지표도 악화했다. 우리은행의 기업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말 784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206억원으로 30.0% 증가했다. 기업 무수익여신은 5589억원에서 9054억원으로 62.0%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부실 위험이 커진 대출을 포함하며, 무수익여신은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출이다.

부실여신에 대비한 충당금 수준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은 지난해 말 172.6%에서 올해 6월 말 132.9%로 하락했다. 부실 관련 여신이 늘어나는 가운데 충당금의 상대적 여유도 줄어든 것이다. 이 수치만으로 우리은행의 손실 감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실 증가 원인과 충당금 적립 수준을 확인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수익성도 부진했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37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은 1조6090억원으로 3.7% 증가했다. 그룹 실적이 늘어난 것과 달리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감소했다. 2분기 순이익이 8421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상반기 실적과 부실여신 증가를 함께 고려하면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금융그룹은 생산적 금융 확대와 중소기업 지원 강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책 목표와 실제 대출 실적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우리은행이 생산적 금융을 얼마나 집행했는지뿐 아니라 그중 중소기업에 공급한 금액은 얼마인지, 담보 없이 자금을 받은 기업은 얼마나 되는지, 신규 대출이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졌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대기업 대출은 크게 늘고 중소기업 대출은 감소한 상황에서 총대출 규모나 지원 실적만 강조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은행권의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보안 관리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정진완 우리은행장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다만 이날 중소기업 대출 감소 문제가 우리은행장에게 직접 질의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중소기업 대출 문제를 이번 국감에서 직접 지적된 사안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은행의 대출 정책과 건전성 지표를 토대로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정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1일 끝난다. 연임 여부를 판단할 때는 기업금융 경력이나 경영 구호보다 실제 실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대출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인지, 기술금융에서 신용대출 비중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지, 기업 무수익여신이 급증한 배경은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우리은행은 이 세 가지 질문에 구체적인 수치로 답해야 한다.

김진욱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과 관련해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기존 담보·보증 위주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법을 은행에 요구하고 있으나, 은행 영업현장의 행태는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담보력이나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생산적 금융의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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