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구강질환이 암 발생뿐 아니라 사망률 증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김계형 교수와 이승연 서울시보라매병원 박사 연구팀은 384만여 명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강질환과 암의 연관성을 분석해 16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충치, 치은염, 치아 상실 등 다양한 구강질환과 부위별 암 발생 및 암 사망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국내 최대 규모의 조사다.
치은염·치아 상실 등 구강질환이 암 발생과 사망 위험을 높이는 독립 요인이 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치아 상실 땐 대장암 13%, 간암 9% 증가
연구팀은 2009년 구강검진을 받은 384만5280명을 대상으로, 2006년부터 2019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기록과 통계청 사망 데이터를 연계해 10년 이상 추적했다.
그 결과, 전체 암 발생은 총 18만1754건으로 집계됐으며, 구강질환이 있는 사람의 암 발생률이 더 높았다. 특히 치아 상실이 있는 경우 대장암은 13%, 간암 9%, 위암 8%, 폐암은 4% 더 많이 발생했다. 치은염이 있는 경우에도 간암과 대장암 발생률이 각각 8%, 7% 증가했다.
각 구강질환별 구강질환이 있는 사람(실선)과 없는 사람(점선)의 전체 암의 누적 발생률 (서울대병원 제공)
◇암 사망률도 최대 24%까지 높아져
암으로 인한 사망은 총 3만7135건으로 나타났으며, 구강질환이 있는 경우 전체 암 사망 위험이 12% 높았다. 치아 상실이 있는 경우 전립선암 사망률은 24%, 위암 21%, 간암 16%, 대장암 14%, 폐암 8%로 각각 증가했다. 치은염도 간암 사망률을 11%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세 이상 장년층에서 구강질환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이 연령대에서 치아 상실은 전체 암 발생 위험을 18% 높였으며, 위암·대장암·간암 등 소화기계 암에서 발생률 증가가 확인됐다.
소득 수준이 높은 그룹과 흡연 경험이 있는 그룹에서도 구강질환과 암 발생 간의 연관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흡연 경험이 없는 경우에도 위암, 대장암, 간암의 위험이 증가해, 구강질환이 독립적인 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왼쪽부터) 김계형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이승연 서울시보라매병원 공공부문 박사 (서울대병원 제공)
◇정기 구강관리, 암 예방의 전략 될 수 있어
김계형 교수는 “구강질환은 단순히 치아 문제를 넘어서 전신 염증을 유발해 암 발생과 진행에 관여할 수 있다”며 “정기적인 구강검진과 치료가 암 예방의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연 박사는 “이번 연구는 구강검진 데이터와 건강보험·사망 통계를 연계해 구강질환이 암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했다”며 “공중보건적 측면에서 구강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